광화문은 그런 곳이야. 연인들의 추억이 담겨 있는…. 세월의 흐름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 그래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탄생할 수 있었고. 여기, 또 한 명의 발라더가 광화문을 노래해. 담담하고, 쓸쓸하게…. 바로 '슈퍼주니어' 규현이야.
화려했던 아이돌 규현은 잊어줘. 지금 규현은 딱, 발라더니까. 누군가는 그러더라. 성시경을 잇는 차세대 발라더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슈퍼주니어' 규현이, '라디오스타' 규현이 정통 발라드를 부를지. 그것도 이렇게 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규현이 발라더로서 첫 발을 내딛기까지, 힘들진 않았을까. 사실 아이돌의 편견을 깨는 건 쉽지 않으니까. 게다가 규현은 예능인이라는 타이틀도 있잖아. 토이, 박효신 등의 컴백 소식에 위축도 됐을거야.
에(애)쓴 흔적이 보여. 아마 연습만이 살 길이었겠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으니까. '광화문에서'를 듣다 보면, 어느새 규현의 보이스에 빠져들어. 기교없이, 깔끔하게 부르거든. 이런 보컬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짐작이 안 가.
서툰 모습이 전혀 없어. 왜 다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 규현이 '광화문에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흔하디 흔한, 연인들의 이별 이야기만은 아닐 거야. 그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거야. 규현, 네 생각은 어때?
by 디스패치.
광화문에서는 2년간 멤버들 몰래 준비한 곡이야. '슈퍼주니어'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내는 작업이었지. 긴장도 되고, 부담도 컸어. 첫 녹음을 하고 나서도, 솔로 앨범을 낼 수 없었어.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쳤거든. 때를 기다렸어.
화가 나기도 했어. 2007년에 솔로를 기획했거든. 무려 7년 만에 나온 거야. 그 사이 나는 그룹 활동과 예능을 겸업하게 됐지. 솔로를 하기 위해 예능을 했어. 인지도 없이는 노래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내 이름을 알린 후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했지.
문제는 컨디션 조절이었어. 슈퍼주니어 앨범 활동, 월드투어, 예능, 뮤지컬로 체력이 바닥났지.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녹음할 때 원하는 보이스도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한 달 정도 금주를 하고 솔로 앨범을 준비했어.
에(애)절한 보이스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연애 경험 덕분이야. 팬들이 싫어할 수 있겠지만, 모태 솔로로서는 노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봐야지. 한데 난 안타깝게도 난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 그래서 절친 최강창민에게 작사를 부탁했지.
서툴고, 부족한 부분은 작곡가 켄지가 메워줬어. 이번 작업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 켄지거든. 사실 '광화문에서'는 슈퍼주니어 발라드 유닛 'K.R.Y'에 수록될 노래였거든. 그런데 내가 욕심을 냈어. 누구보다 내 열정을 아는 켄지가 흔쾌히 수락해줬지. 아, 이루마 형도 큰 도움을 줬어.
by 규현.
광화문에서 7년 넘게 살고 있어. 살면 살수록 이 동네를 더욱 사랑하게 돼. 광화문만의 특별한 감성, 여기서 느끼는 유려한 계절의 변화가 좋거든. 이곳에서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광화문에서'를 작곡했어. 사람들과 이 음악을 통해 내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지.
화려한 보컬은 필요하지 않았어. 작곡 자체도 편안하게 진행했거든. 모든 게 흐르는 데로 작업했어. 그리고 이 감성을 풀 가수는, 규현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무엇보다 규현의 실력을, 목소리를, 감수성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문제는 내가 SM에서 가장 까다로운 작곡가라는 거야. 특히 녹음할 때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신경을 쓰는 편이거든. 원하는 보컬이 나올 때까지 가수를 채찍질해. 하지만 적어도 이 곡 만큼은, (규현에게) 요구할 게 없었어. 이미 완성해 왔더라고.
에이스는 다르더라. 규현은 기교가 없어. 보컬 자체가 깔끔하거든. 다른 보컬리스트가 가지지 못한 큰 강점이지. 타고난 목소리, 여기에 오랜 시간 자신의 노력을 더했어. 난 그저 규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꺼내줬을 뿐이야.
서로 힘을 빼지 않아도 됐던 건, 규현의 노력 덕분이야. 곡의 감정들에 대해 꼼꼼하게 묻더라고. 스스로 곡에 대해 이해도를 높였고, 녹음 부스 안에서 그 감정을 토해냈어.그래서 규현과의 작업이 더 행복했는지 몰라. 아마 2번 트랙 '이터널 선샤인'을 작곡한 이루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by 켄지.
광화문에서는 잘 들었어. 내가 만든 '이터널 선샤인'은 감성 짙은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야. '애써 너를 미워해 보려 해 / 헤어져야 할 이율 찾아 / 그러다 맘이 덜컥 내려앉아 / 그 무엇도 잊지 못한 나와 마주쳐' 등 이별 후의 남자 마음을 가사에 담았어.
화합의 결과물이랄까. 나는 작곡가 '투페이스'와 '마인드 테일러'라는 작곡팀으로 활동 중이야. '마인드 테일러'의 뜻은 '마음을 읽고 맞춰준다'는 의미거든. 다시 말해 가수의 색에 맞춰 작곡을 하는거지. 규현을 위해서는 감성 발라드를 만들었어.
문제? 트러블? 전혀 없었어. 워낙 잘하는 친구니까. 사실 주위에서 규현의 노래 실력을 익히 들은 터라 걱정이 없었지. 그래서 특별한 보컬을 요구하지 않았어. 규현이가 혼자 이해하고 부른거지. 양재선 작가의 가사 느낌을 100% 살렸더라고.
에(애)정을 느꼈어.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보였지. 규현이는 발라드에 최적화된 목소리를 가졌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정말 톤이 안정적이야. 특히 미성이 참 매력적인 가수야. 내 생각에는 성시경보다 더 고운 미성을 지닌 것 같아.
서서히 발라더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해. 더 놀라운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 아마도 규현 안에는 더 많은 색깔이 있을거야. 그게 정말 궁금해. 이 친구, 어디까지 발전할까. 이건 발라드의 아버지에게 물어보자.
by, 이루마.
광화문에서를 들었을 때 난 좀 의외였어. 내가 아는 규현과 많이 다르더라고. 사실 예능에서 두각을 보였잖아. 슈퍼주니어, 댄스그룹 멤버기도 하고. 사실 규현이 발라드로 솔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기대치가 크지 않았어.
화려한 발라드가 아니라서 통했던 것 같아. '광화문에서'는 90년대 정통 발라드야. 멜로디 자체가 담백하고, 따뜻하지. 그리고 전반적으로 일본 발라드 느낌도 나고. 겨울 감성을 터트리기 딱 좋은 노래야.
문턱을 넘었다고 생각해. 규현은 아이돌 선입견을 벗고, 발라더 감성을 입었어. 사실 아이돌이면 보컬에 멋을 부리기 마련이잖아. 미성숙한 보컬을 드러내기도 하지. 그런데 규현은 목소리 자체가 좋아. 담담하게 불러도, 흡입력이 있어.
에(애)련한 보이스 덕분일까. 2주 연속 실시간 음원 차트 '톱5'를 유지 중이더라. 토이, 박효신 사이에서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고 봐.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즐겨 듣는 것 같아. 편안한 보컬도 차트 롱런의 비결인 것 같고. 언제들어도 부담이 없잖아.
서막에 불과하다고 봐.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거든. 일단 인지도 면에서 강하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규현을 알잖아. 게다가 이번에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세월의 경험을 쌓아가면 대한민국 대표 발라더가 될거라 자신해.
by. 조영수.
☞ 규현의 '광화문에서'를 5행시로 풀었습니다. 규현의 이야기, 그리고 작곡가 켄지, 이루마, 조영수와의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